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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학교 앞 꿀돼지 2020. 01. 01 새해 첫 날 아침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어릴 때 다니던 초등학교에 가봤다. 등교시간이 13분이던 거리가 6분 정도로 줄어들어 있었다. 꿀돼지 문방구는 예전 그대로다. 무서운 주인 아줌마도 그대로였다. 가끔 동네에서 마주치지만 지금 봐도 무서워서 선뜻 인사는 하지 못한다. 속으로만 티 안나게 반가워할 뿐이다. 학교 구경을 마치고 운동장에서 정문을 향해 내려오는데, 꿀돼지 문방구에서 주인 아줌마가 문방구의 오래된 철문을 잠그고 어디론가 가시는 뒷 모습을 보았다. 곰돌이 푸가 그려진 남색 책가방을 매던 쪼그만 아이가 어른이 되어 담배에 불을 켜고 아줌마가 걸어가는 뒷모습을 지켜본다. 누가 뭘 훔쳐가면 ‘저 놈 시키 뭐 훔쳐갔다!’ ‘저 놈 시키 잡아라!’ 하시던 아줌마가 어제.. 더보기
[시] 내가 힘든 이유 힘든 상황일 때 여러분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은 무엇이었나요? 제가 힘들 때, 저를 더 힘들게 했던 것에 대해 생각하며 간단하게 적어봤습니다. _인간관계 스트레스 . . (이하 본문) 힘든사람에게 힘내라니 그냥 ㄷㅊ라 그 길을 아는 것과 직접 걷는 것은 엄연히 다르단다 서툰 조언 하려거든 그냥 ㄷㅊ라 그냥 ㄷㅊ고 그냥 들어주라 내가 힘든 이유를 더보기
[시] 원래 그렇다 _스트레스 받지 않기 원래 그렇다. 그러니까 그냥, 감사하면 된다. 아무 이유도 없다. 있다해도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그냥 원래 그런걸로 두기로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가 조금만 노력하면 당연한 것에 감사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이하 본문) 원래 그렇다 잠들기 전, 내일을 그려본다. 흐릿하다. 눈을 씻고 다시봐도 흐릿하다. 원래 그렇다. 네일 위의 매니큐어. 손톱을 다 가렸다. 손톱이 보이지 않는다. 원래 그렇다. 그런데 내일이 흐릿하게나마 보인다면 그게 다행인 일이라 그저 감사하면 된다. 더보기
[시]커피의 상상 비 오는 날, 땅거미지고 말수가 줄어들 때면 비 맞으며 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바깥과 대비되는 따뜻한 실내의 주황빛 조명 아래 앤티크한 나무의자에 앉아서 비가 창을 두드리는 소리를 그 모습을 읽고있는 남자. 남자는 무릎위에 한뼘만한 낡은 카키색 수첩을 놓고 오른손엔 붉은 지우개가 달린 노란 연필을 들고 있다 왼손의 머그컵엔 쓰고 진한 커피가 담겨있다 그는 외로워 보이지만 외롭지 않다 그가 고독해 보이지만 그는 편안하다 남자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고, 주위는 가게안 손님들의 말소리와 음악, 잡음으로 가득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카페에서 틀어놓은 음악소리만 들리고 그 남자만 보인다 그 남자를 계속 지켜봤다. 내가 그 남자가 된 것 같다. 어두운 밤하늘을 야트막한 곳에서 비추고 있는 가로등과 창문에 붙은 빗방.. 더보기
[시] 열쇠 현관문 열쇠 자동차 열쇠 사물함 열쇠. . . 현관문 비밀번호 자동차 시동버튼 사물함 지문인식. . . 점점 열쇠가 사라지고 있다 우리가 지니고 다니던 많은 열쇠가 이미 사라졌다. . . 트라우마 힐링타임 멘탈붕괴. . . 예전에도 있던 증상에 예전에는 없던 말들이 만들어져 불리기 시작했다. . . 기술이 발전하면 사회도 바뀐다 삶의 지혜로운 문제해결 방법(KEY)도 바쁜 현대사회에서 사라지고 있다. . . 더보기
[시] 대학 캠퍼스 예쁜 가로수 사이로 뻗은 큰 4차선 도로 그 양 옆의 인도 커다란 가로수 아래서 한 남자가 캠퍼스로 걸어 올라간다 반대편의 커다란 가로수 아래서 한 여자가 캠퍼스를 걸어 내려간다 예쁜 벚꽃과 맑고 높은 하늘 그 아래, 그 여자 시원한 초록색과 더운 날씨 시원한 바람 그리고 나뭇잎 수다소리 그 아래, 그 여자 색 입은 떨어진 나뭇잎 노을 진 하늘 그 아래 그 여자 하얀 도로 위 헐 벗은 나무들 그리고 유독 파아란 하늘 그 아래 그 여자 1년이 지나도 그 여자에게 말 한마디 못했다 ㅂㅅㅅㄲ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