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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지금 그 동안 못 보던 것의 뚜껑을 열고 들여다 볼 용기를 내야 할 때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진짜 인생은 내가 오랫동안 고민하고 선택했던 순간을 살던 때인 것 같다. 대표적으로 재수할 때, 영어카페를 다니며 초저녁부터 새벽까지 외국인들과 술 마시고 놀던 때, 모델을 준비하던 때, 대학에서 다 던지고 내가 원하는 수업들을 청강 다닐 때다. 물론 청강은 학점을 받지 못 한다. 그래서 내 1학기 성적은 17학점 올 F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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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많다. 나는 나 답게 살고싶다. 학점이 모두 A학점이었어도 지금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 같다. 휴학을 1년 더 하고 싶다. 솔직하게 말해서,, 난 아직도 대학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한다. 대졸의 편리함은 알지만, 필요성까진 잘 모르겠다. 투정이 아니라, 대학 졸업하고 받는 종이를 위해 계속 내 잠재력을 하향평준화 시키며 사회가 잘 굴러가도록 만들어 놓은 틀에 끼워넣고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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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까지 1학기 혹은 1학년 남았으면 졸업을 하겠지만, 난 4년이 남았다. 그리고 난 23살 미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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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 충분히 성인으로서의 자의식을 가지고 행동해도 되는 때다. 우리 부모님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길 바라면서도 솔직히 내가 학사모는 써 보길 바라신다. 그리곤 미래의 불안정성에 대해 언급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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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난 불안정에서 스스로 안정을 추구할 때 안정감을 느낀다. 안정적인 직장은 나에게 갑갑함과 움직이지 못하는 초조함만 불러 일으킬 뿐이다. 7년 뒤엔 나도 서른이 된다. 남들 다 걷는 길을 따라 걷다가 서른이 되었을 때의 내 모습은 솔직히 더 비참하다. 현실적으로 군대 2년, 대학4년과 1년의 여유 시간만 합해도 7년이 된다. 난 30에 굶주린 취준생 밖에 되지 않는다. 난 이 길에서 딱히 비전을 못 느낀다. 아직도 못 찾은 건 나에겐 이 길이 아니란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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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고등학생 때만 해도 내가 수퍼모델이 되거나 적어도 이 나이쯤엔 연예계에서 주목받는 신인 정도는 될 줄 알았다. 그리고 외대에 갈 줄도 몰랐고 F를 받을 줄도 몰랐다. 독일어를 전공할 거란 상상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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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전,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닌 니 인생 즐기며 살아라"고. 하지만, 여전히 내가 대학 졸업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면 매우 듣기 힘들어 하신다. 당신의 희생 시간이 늘어가고, 나의 미래를 걱정하시기 때문이다. 그 동안은 부모님을 정말 많이 고려했지만, 앞으로의 내 선택에선 어금니 꽉 깨물고, 경제적 독립을 하면서 내 선택이 옳은지 확인 해봐야겠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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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하지말고 그냥 공부해라고 하셔서 공부했고, 결국 늦깍이 모델 생활을 했다. 그러다 대학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정말 어른들 말씀대로 될까봐 위축되었다. 직접 뚜껑을 열어보고자 많은 일을 해봤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다. 그리고 대학도 직접 가봤다. 총 3년이 넘게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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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했는데도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았고, 난 많은 걸 배우고 느꼈다. 정말 모든 걸 내가 책임지고 한번 뭔갈 해보고 싶다. 내가 주변에서 아무리 설득해도 절대 수긍하지 않고 품어온 신념이 과연 옳은지 확인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