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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은 내 변화를 가장 나중에 보여줘야 할 존재다. 내 과거를 가장 가까이서 봐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건 오늘 이야기다. 삼겹살 사건에 이어서 제2차 형제의 난이 생길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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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구상 중인 아이디어가 있는데, 이걸 누군가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난생처음으로 ‘사업계획서’ 라는 걸 써야 했다. 긴장도 되고, 한편으론 아이디어에 대한 다른사람의 생각도 들어보고 싶어서 작성하기 전에 동생의 생각을 물어봤다. 그랬더니 동생 반응은 상당히 냉소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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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적인 피드백을 원한 것도 아니고 단순히 생각을 물어봤는데, “그 사업은 ~해서 안될 거다”, “그건 그다지 좋은 생각이 아니다” 식으로 일관되게 말했다. 의도야 어찌 됐든, 내가 느끼기에 동생이 내뱉는 말속에는 ‘그냥 딴짓거리 하지 말고 그 시간에 공부해라’ 혹은 ‘그냥 허튼짓 하지 말고 접어라’는 뉘앙스가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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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불만이었다. 사실 ‘~한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태도로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동생은 "어, 아니다", "응 안된다" 며 비웃듯 이야기했다. ‘~가 좀 아닌 것 같은데, ~한 거만 보완할 수 있다면 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 혹은 ‘난 ~때문에 좀 힘들 것 같은데’ 라고 말해줄 수는 없었을까? 너무 서운했다. 그 서운한 감정을 장난으로 승화시켜 버렸고, 난 또 모지리 형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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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생각을 말하란다고 진짜 날 것의 생각을 그대로 뱉어버렸다. 요즘 이렇게 동생한테 받는 상처가 많다. 나는 집에서 은근 재간둥이다. 오히려 내가 막내처럼 군다. 장난도 많이 치고, 가족들이 다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아무도 안웃는 아재 개그도 많이 던진다. 그리곤 혼자 웃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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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걸 안 할 수가 없다. 이렇게라도 안하면 우리집은 노오잼 분위기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동생이 좋아서 더 다가가고 장난치는데, 이 마음을 접는 게 사실 쉽지 않다.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사랑하는 마음을 접는 것보다, 가족을 향한 마음을 줄이는 게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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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춘기 때 아버지가 방에 들어오셔서 누워있는 나에게 장난을 걸거나, 툭툭 칠 때, 내가 했던 반응들과, 당시에 아버지가 고민했을 ‘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충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하니까 하지 마세요'라고 할 걸 그랬다. 근데, 그때는 내 문장 구성력과 어휘력, 표현력이 많이 부족했다. 스스로도 내 감정이나 생각을 지금보다 더 전달하기 힘들어할 때라 한편으론 그때의 내가 이해도 된다. 아마 동생도 이렇게 어휘력과 표현력이 부족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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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라면을 먹기 위해 면을 넣은 채로 물을 끓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글감이 떠올라서 글을 쓰러 왔다. 의도치 않게 라면을 우동처럼 먹게 됐다.

 

(가족은 내 변화를 가장 나중에 보여줘야 할 존재다. 내 과거를 가장 가까이서 봐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하는 길은 외롭다. 외로울 수 밖에 없다. 그 길을 즐길 줄도 알면, 성공하기 더 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