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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느슨해진 삶의 태도에 대하여

오랜만에 스타벅스에 왔다. 줄곧 해운대 해수욕장 근처의 할리스와 잠깐 일했던 집 근처 카페에만 가다가, 오늘은 다닌지 한달 좀 지난 병원 예약시간을 맞추지 못할 것 같아서 2시간을 늦췄는데 생각보다 너무 빨리 도착해 병원 근처의 스벅으로 오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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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벅에 오면 항상 다양한 사람들을 보게된다. 직장인, 주부, 학생들부터 나 같은 휴학생 백수까지. 가방에 들어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고양이1'을 보기로 했다. 요즘은 자기계발서보다 소설과 고전문학을 볼 때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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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리 바로 뒤 건너편에 앉은 분이 유모차에 있는 본인의 아기에게 딸랑이를 흔든다. 살면서 저렇게 크기와 소리가 큰 딸랑이는 처음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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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째 흔들고 계셔서 정말 부탁 좀 드리고 싶었지만, 난 애초에 인간 관계 문제를 피할 수 있으면 그냥 피하는 편이다. 예전 같으면 이도저도 아니게 계속 말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시간과 감정만 낭비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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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자리를 피해 멀리 와서 앉았다. 여전히 딸랑이 소리가 크게 들린다. 아까 앉아있던 자리 근처에서 공부하거나 노트북으로 작업하시던 분들도 애기엄마가 딸랑이를 멈추지 않고 흔들어대자 대부분 자리를 옮기거나 나가는 것 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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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옮긴 자리 근처의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아 보인다. 여기서도 딸랑이 소리가 지나치다 싶을만큼 느껴지는 건 아까 내가 그 소리에 스트레스를 받고 꽂혀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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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집중력이 예전같지 않다. 다시 귀마개를 들고 다녀야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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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유리창을 바라보고 있는 자리로 옮겼다. 창밖의 롯데백화점 건물을 올려다보니 하늘이 눈에 들어와 그나마 기분이 좀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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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쓰고싶은 글 주제가 별로 없다. 난 써야지하고 쓰는 게 아니라 그냥 떠오르는대로 쓰는 편이다. 글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나 생각의 깊이가 예전같지 않다는 건 곧, 내가 삶을 대하는 태도가 한결 부드러워지고 날 선 태도가 많이 무뎌진 거라 지금이 사는 게 더 편하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