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프로그램 ‘말하는대로’에 ‘장도연’이 출연하며 ‘앙세찬’과의 일화를 예시로 그녀의 깨달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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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본문)
우리가 글로 배려에 대해 배울 때, 행위자나 그의 행위에 관심을 두고 그것이 선하다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여기지만, 실제로 맞닥뜨린 생활 속에서는 상대방의 배려가 불편할 때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부장님들이 자주 사용하시는 “나는 오늘 일이 많아서 야근해야 하니까, 먼저들 들어가” 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 이 말이 뼈있는 속뜻을 가진 말로 인식되어, “오늘 야근하자” 라고 받아들여지지만, 이 말이 논란을 일으키고, 꼰대들의 대표적인 멘트로 떠오르기 전에도 반어적인 멘트였을까?
과연 그 때, 맨 처음으로 이런 말을 했던 부장님도 속뜻을 담고 이런 말을 했을까? 진짜로 직원들은 퇴근시켜 주고 싶은데, 결재할 서류나 정리할 일이 많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회식자리에서 혹은, 밥을 사준다고 하고 중국집에 갔을 때도, 정말 부장님 자신은 짜장면을 좋아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물론, 지금은 거의 99% 아니다)
앞서 언급한 예시들이 반어적인 말이 되어버린 것은 다음과 같은 ‘배려' 에대한 기본원리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려”란 배려자가 피배려자를 고려하여 그에 맞는 적절한 배려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난 배려한다고 했든데, 너희는 왜 날 싫어해?’ 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내가 배려라고 생각해서 한 행동이 상대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배려자는 피배려자의 입장과 위치를 고려해야한다.
마찬가지로, 피배려자도 “배려”가 이루어지는 것, 배려자의 배려를 완성시키는 것에 책임이 있다. 상대방의 배려를 해석하는 건 내 마음이지만, 그로 인해 발생되는 오해에는 피배려자의 책임도 있는 것이다.
피배려자는 배려자가 그를 배려하고자 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 배려를 수용하고, 그 배려의 마음에 적절한 반응을 보여야하고, 이 때에 배려가 완성된다. 쉽게말해, 피배려자가 배려라고 받아들이지 못 하면 그것은 배려가 아니며, 배려자가 피배려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하는 배려도 배려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일상생활에서, 배려자와 피배려자가 각자의 책임을 다하면, 그 사이에는 원만한 관계가 형성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갈등상황에서는 배려자가 적절한 배려를 하지 못하거나, 피배려자가 적절한 수용과 그 반응을 보이지 못해서 갈등과 오해가 발생한다.
“빈 깡통이 오란하”듯. 서로의 책임을 다 할 만큼 각자가 성숙하지 못하면, 관계가 불안정해지고 갈등이 생긴다.
그래서 내가 피배려자든 배려자든 모든 갈등 상황에서 내 잘못이 ‘0’인 경우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아직까지 불편한 상황 속에서는 습관적으로 그 원인을 ‘나'가 아닌 외부에서 찾곤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좀 더 겸손하게 생각하고,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한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교육가 및 철학자로서 교육 철학, 교육 이론 및 치료 윤리에 대한 많은 연구자료를 남긴 나딩스는 배려를 할 때, 상대방의 위치나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배려는 오히려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데, 이러한 배려를 ‘이기적인 배려’라고 말한다.
tvN 채널의 ‘말하는대로’ 라는 프로그램에 개그우먼 ‘장도연’이 나와서 동료 개그맨 ‘앙세찬’과의 일화를 언급하며 ‘이기적 배려'에 대한 실제 경험을 다음과 같이 전한 적 있다.
‘코미디 빅리그’에서 양세찬과 인기있는 개그듀오로 활약하는 그녀는 주로 아이디어를 내는 양세찬과 달리 그 아이디어를 서포트하는데에 노력했다고한다. 그녀도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양세찬이 좀 더 적극적이었고, 그래서 그녀는 양세찬을 배려하고 챙겨주는 마음으로 서포트하는데에 열중했는데, 한번은 단체 회식에서 양세찬이 그녀를 따로 불러 ‘누나가 회의 때 너무 적극적이지 않아서 아이디어를 내는데에 부담감을 느꼈고, 그래서 힘들었다’고 전했던 스토리를 들려줬다.
이렇게 배려를 하더라도 상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지 않으면, 자칫 ‘이기적인 배려’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장도연도 함께 개그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으로써 본인이 생각한 아이디어 중에 괜찮은 몇 가지만이라도 제안 해보았으면 어땠을까한다. 과연 양세찬이 거절 했을까? 만약 반대했다면 정중하게 반대했을 것이고, 뒤늦게 알게된 양세찬의 속마음으로는 되게 고마워했을 것이다. 섣부른 자신만의 판단으로 한 배려는 되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여러 알바를 해오며 주로 막내의 위치에 있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피배려자의 입장인 경우가 많았다. 막내라고 봐주고 더 잘챙겨주는 곳도 있었지만, 막내라서 더 함부로 대하는 사람도 많아서 그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지금 이 글을 쓰며 당시를 떠올려보니, 피배려자인 내가 상대방이 느낄 정도의 감사를 표하거나, 적절한 수용을 하는 등의 표현이 부족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배려에 익숙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나를 함부로 대했던 사람들도 나쁜마음으로 그랬던게 아니라 편하고, 친하다고 생각해서 한 행동에 대해, 내가 적절한 표현이나 수용을 하지 않아 스스로 더 힘들어졌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이 사실을 그 때 알았더라면, 나의 잘못이 있음을 인지하고 피배려자로서 배려의 완성을 위한 적절한 책임을 졌을 것이다.
나는 우리가 배려의 책임을 다하고 미리 갈등상황을 예방하였으면 한다. 내 경험을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사회적인 인식에 따르면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겸손을 더욱 바라는 것과 달리, 대체적으로 사회에서 약자인 우리 역시도, 우리의 정신과 건강을 위해서 겸손해질 필요도 있다는, 겸손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하고 싶다.
나는 나의 잘못도 있음을 인정하는 겸손한 태도와 피배려자로서의 책임을 다하여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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